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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신문] “아픈 아이 데리고 옆 도시로 ‘원정 진료’ 가는 심정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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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112.♡.219.132) 작성일16-12-21 11:10 조회3,2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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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_time.gif편집 2016.12.21 [10:58]


여주시 소아과 단 네 곳뿐... 대기시간 길고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
 
세종신문icon_mail.gif   기사입력 2016/12/19 [15:27]

독감, 폐렴, 장염이 창궐하는 시기가 왔다. 전국 소아과 병·의원이 초비상이다.

특히 여주시에는 소아청소년과 병·의원이 단 네 곳밖에 없어 진료를 받으려면 예약부터 대기까지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한다. 소아과 이외에 이비인후과, 내과 등 30여개 의원에서 소아진료를 하고 있다지만 특히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전문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아과는 늘 만원이다. 독감이 대유행하는 요즘엔 내과나 가정의학과도 소아 환자들 때문에 접수가 조기 마감된다고 한다.

병원 접수가 마감되면 다른 도시로 나가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원주, 이천, 성남(분당)으로 ‘원정 진료’를 간다. 그나마 자가운전이 가능하고 시간이 있을 때 얘기다. 맞벌이를 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픈 아이가 겪는 고충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개선책이 보이지 않자 엄마들이 답답한 마음을 온라인 카페에 쏟아냈고, 여주시 관계자들이 가입된 커뮤니티에도 호소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주시청 홈페이지 ‘온라인민원상담란’에도 소아과 병원 관련 민원이 4건이나 올라와 있다. 

 

▲ 여주시 홈페에지에 등록된 소아과 관련 민원. 여주시는 이에 대해 민간병원에 소아과를 신설 또는 증설토록 제안해보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 여주시 홈페이지 캡쳐

 

네이버 밴드 ‘원경희명품여주만들기’에 가장 먼저 글을 올린 홍문동 주민 김주경 씨(37세)는 25개월 된 아들을 둔 맞벌이 엄마다. 새벽부터 서둘렀지만 접수가 마감되거나 70번 넘게 시도해서 겨우 전화가 연결됐지만 접수마감이라는 답변이 돌아오는 상황을 여러 번 겪었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남편과 둘이 시간을 쪼개 보지만 일상이 깨지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다. 김 씨는 “네이버 카페 ‘헬로여주맘’에 하루도 빠짐없이 소아과 병원 접수 문제가 올라오지만 엄마들끼리만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이 문제를 밖으로 널리 알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고민할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원경희명품여주’ 밴드에 글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의료서비스 문제는 민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 있게 해결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배웠다”며 “‘세종인문도시’의 본래 취지에 맞게 병원 문제도 해결책이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홍문동 주민 김주경 씨가 네이버 밴드 '원경희명품여주'에 올린 게시글     © 김주경

 

현암동에 사는 주부 윤 모 씨(38세)는 9살, 8살, 6살 세 아이 엄마다. 한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셋 다 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원을 더 자주 찾을 수밖에 없다. 병원 가는 날 윤 씨의 하루를 들어봤다. 새벽 5시40분에 집에서 나가 6시에 번호표를 받는다. 7시쯤 접수 시작, 비어있는 시간 중 하나를 골라 예약을 한다. 예약 후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등교 준비, 남편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아이들 하교 후 병원으로 가지만 앞 환자들이 밀리면 1시간가량 더 기다리기도 한다. 진료를 마친 후 호흡기 치료하고 줄 서서 기다리다가 수납하고 약국 가서 약 짓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5시가 훌쩍 넘는다. 이것도 예약에 성공했을 때 얘기다. 접수에 실패하는 날이 더 많고, 맞벌이 부부는 꿈도 못 꾼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병원 진료에 쏟고 나면 인근 다른 도시 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한다. 윤 씨는 “이천에서 여주로 이사 온 지 4년 됐는데 이천으로 병원을 자주 다닌다. 왜 이사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여주가 시로 승격한 뒤 주민세만 올랐지 좋아진 점을 잘 모르겠다. 폭죽 터트리고 길가에 꽃 심는 데만 예산을 쓰지 말고 소아과 병원 문제 해결에도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쏟아냈다.

 

8살, 5살 남매를 둔 오학동 주민 이 모 씨(32세)는 청소용 락스를 마신 아이를 안고 밤 11시 경 응급실로 뛰어갔지만 마신 양이 소량이고 증상이 경미해 되돌아온 적이 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다른 도시의 큰 병원에 가보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너무 늦은 시간인데다가 남편도 야간 근무 중이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응급실에서 24개월 미만 아이를 잘 받아주지 않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응급 상황 때마다 분당에 있는 병원으로 가야했다. 이 씨는 “친정 부모님이나 남편의 협조가 불가능한 날은 정말 막막하다”며 소아 인구가 많은 오학동의 특성을 고려해 오학동에 소아과 병원이 유치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문화가정은 더 큰 어려움을 겪는다.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점봉동 주민 서 모 씨(33세)는 아이 셋을 둔 워킹맘이다. 예전에 비해 소아과 진료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서 씨는 “아침 일찍 서둘러 전화를 해도 접수 마감인 경우가 많고, 바로 병원을 찾아가도 대기자 30명 이상에 2~3시간 대기는 기본”이라고 말했다. 직장에서 잠시 외출을 허락 받고 병원에 갔다가 대기 시간이 길어져 곤란한 적도 많았다. 본인은 귀화한 지 10년이 되어 괜찮지만 아직 우리말에 익숙하지 못한 다문화 엄마들의 경우엔 접수 과정도 서툴고 의사와의 상담도 많이 어려워한단다. 밀려드는 환자 때문에 정신없이 바쁜 의사는 말이 빨라질 수밖에 없고, 그런 의사를 붙들고 알아들을 때까지 충분히 대화를 나누기도 어려운 노릇이기 때문이다. 

 

▲ 소아과 예약을 위해 전화를 51번, 84번 했다는 엄마가 네이버 카페 '헬로여주맘'에 올린 인증샷     © 헬로여주맘

 

여주보건소 관계자는 “엄마들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지만 사실상 도울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여주시가 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2014년 여주시는 분만병원, 소아과, 산후조리원 등이 포함된 ‘경기도립 이천병원 여주분원’ 설립을 적극 추진했으나 경기도로부터 타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 예산과 전문의료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근거로 설립 불가 통보를 받은 바 있다. 이에 여주시는 도비지원을 받지 않고 시립 병원 설립을 검토했으나 연간 20억 원이 넘는 적자에다 의료인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포기해 사실상 백지화됐다. 이후 시는 민간병원에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설치하게끔 유도해왔으나 이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소아과의 특성 상 환자 한 사람 당 진료 시간이 길고 의료수가가 낮아 소아과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여주시 출산율도 830~40명 수준에서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정이 이렇다보니 여주고려병원 증설이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현재 병원 건물 옆에 2017년 상반기 개원을 목표로 170병상 규모의 신관 공사를 진행 중인데 이에 따라 소아과도 2개과로 증설할 계획이다.

여주고려병원 관계자는 “현재 소아과 과장이 쉴 틈 없이 진료 외 시간까지 최대한 진료를 하고 있고 새벽 접수 때문에 직원들도 고생하고 있지만 다른 도시로 나가는 소아 환자를 흡수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소아과 의사를 구하기 쉽지 않지만 내년 상반기부터 소아과를 늘려 진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새 병동은 수유실과 대기실을 진료실과 분리해 보다 쾌적하게 운영할 방침이며, 최근에는 초진 환자의 빠른 진료 예약을 보장하기 위해 기존 예약시스템을 수정해 시범운영하는 등 병원 측에서도 진료의 효율성을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종대왕은 의료기관이 부족해 치료를 제 때 받지 못하는 백성의 처지를 고민하다가 우리 땅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로 각 가정에서도 직접 처방할 수 있도록 의학 백과사전인 ‘향약집성방’을 편찬했다. 의료기관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지금으로 말하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가적 차원의 보건의료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민생이 안정 되었다. 실제로 당시 영아사망률을 낮추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여주시가 지향하는 '세종인문도시', 그 바탕에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있다. 진료를 받기 위해 아픈 아이를 데리고 여주 밖을 전전해야하는 여주시민의 처지를 만약 세종대왕이 봤다면 어떻게 했을까. ‘세종인문도시’의 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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