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덕례리에 건설되고 있는 LF스퀘어테라스몰 광양점의 개장이 다가오면서 지역 골목상권의 초토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대규모 패션전문 매장이 될 대형 유통점은 도시 인프라 확충 측면에서 꼭 필요한 것이고, 경제흐름상 어느 지역에든 들어설 수 있다. 도시 인프라가 부족한 광양시가 다수의 부작용을 감내하면서도 이를 유치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막상 개장이 임박하면서 지역 상권 보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누구도 답할 수 없다. 정글의 논리보다 더 냉정한 자본의 논리 앞에 약자는 항상 피해를 감내할 것을 강요받아왔다. LF네트웍스는 지역 상인과의 상생협력방안으로 지역 패션상인의 입점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러한 공언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그렇지만, 소자본으로 영업을 하는 지역 패션 상인들이 현실적으로 대형 유통시설의 입점 수수료를 감내하고 이익을 남기는 구조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패션계통의 마진은 30% 수준이라고 한다. 거칠게 접근해 보자. 지역내 상가에서 패션업종에 종사하는 상인이 하루에 1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월 3천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면 그에게 남는 이익은 900만원이다. 이 900만원으로 상인은 상가 임대료와 각종 공과금을 납부하고, 종업원의 인건비를 주고 난 금액이 월 수익이 될 것이다. 부부가 함께 매장을 운영하고,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계산하면 그는 매월 5~6백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 가족경영이기 때문에 종종 가게를 비울 수도 있고, 형편에 따라 가게 문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 월 3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상인이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해 1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30%의 마진을 상정할 때 상인은 월 3천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지만, 3천만원 중 1500만원은 입점수수료로 유통매장 운영회사의 수입이 된다. 나머지 1,500만원으로 종업원 인건비와 제반 세금을 내야 한다. 또, 매장 측이 정한 기준에 따른 종업원 고용을 충족시켜야 하며, 영업점의 개폐점 시간도 매장이 정한 규칙에 따라야 한다. 결과적으로 매출이 3배 이상 늘어나더라도 오히려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될 수 밖에 없다. 입점을 위해 수억원의 인테리어 비용도 투자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내 소자본 패션상인들에게 지역 대형유통매장 입점은 그림의 떡이다. 지역상인 우선입점 보장이라는 구호가 구호로만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통업은 결국 자본의 논리에 가장 충실한 사업분야일 수도 있다. 박리다매라는 말 역시 마찬가지 논리에서 출발한다. 결국 지역상권은 대규모 자본의 힘 앞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물론 대형 유통매장의 개장은 소비자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지역에 값싸고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매장의 존재는 삶의 질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15만 시민 중 86명의 패션 상인은 극히 일부분에 해당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절대 다수의 편익을 추구한다는 것 역시 용납될 수 없다. 이미 건설이 마무리단계이고, 이젠 개장만 남겨두고 있는 상태에서 거창한 지역협력계획서를 제출한 LF네트웍스 측에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현실성 있는 상생대책은 무엇인지 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