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21일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는 희망2017 나눔캠페인 및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이 열렸다. 올해는 목표액 64억원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기부문화가 위축됐다. 안 그래도 우리사회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이 희박한 편인데 지난해는 더 심했다. 매년 1월 31일이면 충북공동모금회가 주관한 희망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실적이 나온다. 2017년에는 64억원 모금을 목표로 잡았으나 벌써부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을 100도까지 올려야 하나 올해는 지난 2011년에 이어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현재 73.9도까지 밖에 올라가지 못했다. 지난 2012~2016년은 100도를 훌쩍 넘었다.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우리사회 지도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본지는 충북의 기관·단체장, 기업인들의 2015~2016년 기부실태를 취재했다. 여기서 기부는 기관·단체 예산이 아니고 순수하게 개인 돈으로 내놓은 것을 말한다.

충북의 기관·단체장들은 매년 11~12월 충북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희망나눔 캠페인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에 참석한다. 그리고 설·추석 같은 명절과 연말에는 관내 사회복지시설을 방문한다. 그럼 이들은 이렇게 공식적인 행보만 할까, 아니면 개인 돈으로 기부를 할까?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따로 기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지난 2015년 15군데에 190여만원의 금품기부를 했다고 답변했다. 그는 교육희망네트워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충북참여연대, 청주여성의전화, 충북장애인부모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의 단체에 월 1~2만원씩 후원하고 있다. 교육, 여성, 환경, 인권 등의 단체에 오래전부터 후원금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이와 비슷한 선에서 후원했으나 세무서 기부금명세가 오는 16일 확정돼 아직 자료가 없다”는 게 도교육청측 설명이다. 서울의 ‘위례시민연대’가 기부실적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 이 지사는 실적이 없다고 했고 김 교육감은 이를 낱낱이 밝혔다.

공동모금회·월드비전에 가장 많이 후원
 

도내 기초자치단체에 일일이 알아본 결과 이승훈 청주시장은 2015년에 1596만여원을 기부했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유니세프·뇌성마비복지회·어린이재단 등의 전국 단체와 청주시 관내 사회복지시설을 후원했다는 것이다. 청주시 관내 중에서는 주로 장애인·노인·복지시설을 도와주나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어디는 도와주고 어디는 안 도와준다는 뒷말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역시 청주시도 연말정산을 아직 하지 않아 지난해 기부실적을 알 수 없지만, 2015년과 비슷할 것이라고 전했다.
 

조길형 충주시장은 2015년에 14건 1013만여원, 2016년에 29건 714만여원을 기부했다고 답변했다. 2015년에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월드비전 등, 2016년에는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한국사회복지협의회·국가보훈처·청년희망펀드 등에 후원했다고 한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많은 단체에 정기후원금을 낸다고 밝혔다. 제천시 관계자는 “독립운동가후손 장학기금을 비롯해 장애인·청소년·사회단체에 연간 18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2015~2016년 후원 금액이 동일하다”고 말했다.
 

또 이필용 음성군수는 2015년에 음성군장학회·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월드비전 등에 46건 1490여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자료는 연말정산을 하지 않아 나오지 않았다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송기섭 진천군수는 취임 후 현재까지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현장모금 행사 때 1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취임했기 때문에 아직 실적이 저조하다.
 

그런가하면 홍성열 증평군수는 노인·장애인복지시설을 여러 군데 도와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군수는 2015년에 8건 227만여원, 2016년에 9건 207만여원을 후원했다고 답변했다. 2015년에는 소망의집, 월드비전, 증평군민장학회, 증평노인전문요양원, 증평장애인복지관, 증평사회복지관 등에 월 3000~1만원을 냈고 2016년에는 여기에 CBS 기독교방송 후원금 월 1만원이 추가됐다.

구호적·자선적 금품제공, 상시 허용
 

박세복 영동군수는 2015년 청년희망펀드에 500만원, 영동군이 운영하는 불우이웃 지원사업 ‘레인보우 행복나눔’에 매월 2만원씩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레인보우 행복나눔에 매월 2만원씩 후원하면서 영동군민장학금으로 1억원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류한우 단양군수는 2015년 7월 천사베이커리가 문을 연 시점부터 월 10만원씩 총 60만원을 후원했다고 답변했다. 천사베이커리는 단양군 사회복지협의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매주 월요일 빵을 만들어 관내 11개 학교에 기부한다. 그는 지난해에는 이 곳에 120만원을 기부했다.
 

반면 김영만 옥천군수는 “어디는 해주고 어디는 안 해준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고, 정상혁 보은군수는 “생색내는 것 같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타 자치단체장들과 대조를 이뤘다. 하지만 이것이 후원을 하지 않는 핑계가 아닌지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구호적·자선적 금품제공 행위는 상시 허용된다. 도내 기관·단체장이 후원하는 곳은 허용 시설에 들어간다. 이들의 2015~2016년 후원내역을 종합한 결과 주로 연 100만원에서 2000만원 이하를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복 군수가 모친상을 치른 뒤 1억원을 영동군민장학회에 내놓은 것은 특수한 경우로 유일하다.
 

이시종 지사와 김영만·정상혁 군수를 제외하고 도내 기관·단체장들은 모두 나름대로 여러군데에 후원을 하고 있다. 이들의 기부는 도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단체장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주’ 정신을 살려 기부문화에 앞장선다면 확산효과가 클 것이라는 얘기다.
 

모 사회복지시설 대표는 “불경기가 계속되고 사회가 혼란스러워 후원금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후원금은 자발적으로 내는 것이나 우리사회를 밝고 따뜻하게 해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다른 사람을 돕는다. 이런 식으로 서로 돕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이런 분위기 형성에는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