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광양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간의 불협화음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광양시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은 오래 전부터 세풍산단 개발에 대한 광양시의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광양시의 개발 참여 거부 등 우여곡절 끝에 세풍산단 개발사업이 착공되었으나 양 기관은 최근 광양경제청이 개설할 예정인 세풍산단 진입도로의 설계변경 등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광양경제청이 실시설계를 마치고, 시공업체까지 선정해 최근 착공한 세풍산단 진입도로는 기존의 율촌산단 북측 도로에서 진입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광양시는 세풍산단 개발로 인한 파급효과를 광양시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광양읍에서 바로 연결되는 진입도로 개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오래 전 계획된 지방도 863호선이 세풍산단과 순천시 해룡면 산두마을을 최단거리로 연결하게 됨에 따라 세풍산단 개발이익이 순천시로 온전하게 유출될 것이라는 광양지역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광양시는 세풍산단 진입도로를 현재의 세풍리 삼성마을 유자섬에서 광양읍으로 연결되도록 개설해야 하고, 이 도로가 광양신역사를 연결하는 대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광양경제청은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제반 행정절차들이 마무리되고 예산까지 확보된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실상의 세풍산단 진입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지방도 863호선은 순천시 해룡면과 광양시 봉강면을 연결하는 도로이다. 이 도로 중 해룡면 신대리 산두마을과 새풍산단에 소재한 광양읍하수종말처리장을 연결하는 600m 구간의 도로는 지난 1999년부터 2001년사이에 설계가 완료되었으며, 편입토지에 대한 보상까지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도로가 개설되면 세풍산단과 신대지구는 최단거리로 연결된다. 물론, 이 도로가 공식적인 진입도로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2~3분안에 세풍산단과 신대지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에 세풍산단의 공식 진입도로는 광양읍과 연결되는 도로가 아니라 광양읍에서 율촌산단으로 연결되는 도로와 접속되도록 되어 있다. 세풍산단이 행정구역상 광양시에 속해 있지만 개발에 따른 모든 파급효과가 인근 도시로 흘러들 수 밖에 없는 도로체계가 구상된 셈이다. 전남도는 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광역교통망 계획을 지난 2013년 수립했다. 이 광역교통망 계획은 세풍산단은 물론, 율촌산단, 신대지구 개발 등 각종 개발에 따른 교통분산대책의 일환으로 수립된 것으로 당연히 해당 지자체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됐다. 그리고, 이러한 광역교통망 계획에 따라 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이 반영됐다. 당시 광양시가 전남도의 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이 포함된 광역교통망구축계획에 어떤 의견을 제시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후 세풍산단 개발과 함께 광양경제청은 광역교통망구축계획에 따라 2013년과 2014년 국토부 계획에 275억원이 투자되는 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사업을 포함시키고, 2014년 상반기 설계에 들어갔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광양경제청은 2014년 12월, 광양시 등에 진입도로 개설과 관련된 관계기관 협의를 요청했다. 당시만해도 광양시는 진입도로의 위치 등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시 관련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시의 의견을 반영해 설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광양경제청은 금년 1월부터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본격적인 행정절차를 추진했다. 경제청은 설계과정에서 도로개설 지역의 연약지반이 심해 100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토부를 설득해 총사업비를 385억원으로 확정하고, 실시설계를 마무리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경제청이 실시계획변경승인 고시를 위해 광양시에 통보하자 광양시는 “진입도로의 지하차도 건설에 반대한다”며, “우선적으로 유자섬에서 광양읍으로 연결하는 도로를 개설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광양시 의견을 반영하려면 설계 전이나 설계 중에 의견을 주었으면 가능하지만, 시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위치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양 기관의 심각한 불통 행정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다. 광양경제청 관계자는 “광양시 역시 1999년에 설계가 된 지방도 863호선이 세풍산단 입구와 연결되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해룡면 산두마을과 세풍을 연결하는 지방도는 경제청 소관 도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을 둘러싼 양 기관의 갈등 속에 광양시는 세풍산단에 조성되는 기능성화학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국비 매칭 사업비의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국도비 포함 총사업비 602억원이 투자되는 기능성화학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광양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34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내년 예산에 광양시는 해당 사업의 예산을 아예 편성조차 하지 않아 사업차질이 우려된다. 이와 관련, 광양시의 한 관계자는 “시 입장에서는 과연 경제청이 필요한 조직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우리 시 귀책사유는 따져보아야 하겠지만, 현재 계획대로 진입도로가 개설된다면 광양시 입장에서 세풍산단을 개발할 의미가 무어냐?”고 반문했다. 광양만권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핵심기지가 될 것이라는 세풍산단 개발에 있어 가장 힘을 모아야 할 두 기관간 불통행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운데, 세풍산단 인근에 거주하는 삼성마을 주민들은 지난 19일과 20일 양일간 광양경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공사로 인한 주민피해를 주장하며 광양경제청의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마을 주민들은 지난 3개월동안 주민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공사 현장 인근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광양시나 광양경제청 모두 나몰라라 한다며,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행정기관이 왜 필요한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황망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