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최대 명절인 ‘설’을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성주전통시장은 차례를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뻥이요!” 외치는 뻥튀기 아저씨의 우렁찬 소리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면서 이내 주변사람들을 동심의 세계로 돌려놓았다. 

한 해 동안 땀 흘리며 농사지은 쌀과 땅콩 등 한 보따리를 안고 온 한 어르신은 밤새 영하로 떨어진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손님잡기에 여념이 없다. “좀 파셨어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어르신은 “대목장날인데도 큰 재미가 없네…”라며 애써 태연해 하신다. 

시장 한 켠 에서는 손님 발길이 잠시 뜸한 틈을 낸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늦은 점심과 함께 소주 한잔을 걸치며 삶의 애환을 풀어낸다. 

동네 분들과 대목장을 보러왔다는 한 어르신은 옛 이야기 한 토막을 안주삼아 꺼냈다. 추운겨울날 먹었던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은 그를 시장 국밥집 단골이 되게 했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장국밥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양자(성주읍) 어르신은 오랜만에 만나는 자식과 손자들의 재롱, 그리고 몸보신 할 생각에 얼굴엔 벌써부터 기쁨이 넘쳐난다. 

떡집에도 모처럼 손님들이 줄을 섰다.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떡 방앗간에는 이른 새벽부터 먹음직스럽게 쪄낸 떡에선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기다란 가래떡들이 쑥쑥 뽑아져 나오는 걸 보면 설 명절이 코앞임을 실감케 했다. 

장연이(70) 어르신은 가래떡보다 아직은 떡볶이가 좋은 손녀를 위해 올해 넉넉하게 준비했다. 

생선가게는 차례 상에 올릴 생선과 명태포 뜨기에 여념이 없고, 직접 만든 두부와 도토리묵을 맛보고 가라며 붙잡는 할머니표 간장과 두부는 군침을 삼키게 한다. 

허기에 지친 이들과 주전부리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어묵과 시장표 과자노점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넉넉한 설 밑 장날의 풍경이다. 

차례 상 준비를 하다 보니 양손에 든 장바구니는 어느새 묵직해졌다.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기분도 좋고, 돈도 들어오고…” 어느새 생선가게 아주머니의 앞치마에는 돈이 수북이 쌓여간다. 

즐거운 명절을 앞둔 성주전통시장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 간다.

/주해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