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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리뷰] 삶이 흔들릴수록 인문학을 공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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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112.♡.219.132) 작성일17-02-01 17:13 조회9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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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겪으며 인문학 필요성 절감, 책속에 길이 있다
임성재·북클럽 체홉·충북NGO센터·홍승표 씨의 ‘인문학 모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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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대표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인경리 작은도서관(사진)에서 2월부터 서양고전을 읽는 ‘위대한 저서읽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금은 인문학이 필요한 시간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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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 교수는 한국이름 이만열 교수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외국인으로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촛불을 든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라는 글에서 이렇게 정곡을 찔렀다.

“한국의 학생들은 자기나라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 잘못된 교육시스템이 그들을 망치고 있다. 인문학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커리큘럼에서 사라졌고 많은 젊은이들이 경영·경제·회계학 수업을 듣는다. 좋은 정부와 건강한 사회를 갖고 싶다면 정치철학, 역사, 문학에 관심을 가져라.”

이어 “인문학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어떻게 권력을 견제하고 책임있는 시민성을 만들며 독재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플라톤·공자·베버·맑스를 읽어라. 지금 듣고 있는 경영학수업은 지금과 같은 정치위기를 극복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겪으며 민주주의란 무엇이며 대한민국은 어떻게 가야 하는가, 우리가 원하는 국가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문제들을 주제로 토론했고 시민발언대에 올라간 학생·회사원·자영업자·시민운동가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국가와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역설했다.

그래서 국민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등장한 지난해 10월부터 아이러니하게도 폭넓은 의미의 인문학을 경험했고, 동시에 우리사회에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교육의 초점이 취업에 맞춰져 있다보니 인문학은 뒤로 밀리고 공학·의학·자연과학 등만 중시되는 게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이다. 이는 날이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와 개인의 삶이 흔들릴수록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하게 하는 인문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준다. 다행인 것은 정부가 인문학을 홀대할수록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특별한 기관이나 도서관, 서점, 공부방 등에서는 오늘도 인문학 강좌나 독서토론회를 열고, 크고 작은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임 대표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청주지부'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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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대표

임성재 전 CJB 상무는 퇴직 후 2012년 10월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인경리에 집을 지었다. 그런데 이 집의 가장 중심은 거실이 아니고 1층 작은도서관이다. 이 곳을 함께 책 읽고, 영화 보고, 모임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몄다. 아파트를 탈출해 사회적 삶을 살기 원했던 집 주인의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충북참여연대 공동대표인 그는 집을 지은지 4년여 만에 인경리 작은도서관에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 청주지부’를 설립하고 2월 1일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한다. 여기서 진행하는 것은 ‘위대한 저서읽기 프로그램’.

임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미국 시카고대 허친스 총장과 동료 아들러가 대학생과 일반인 교양을 위해 만든 것이다. 이들은 각 분야 석학들의 도움을 받아 1952년 총 54권으로 된 ‘서양의 위대한 저서’ 전집을 내놓았다”며 “‘파이데이아’는 그리스어로 교육, 교양을 의미한다. 파이데이아 아카데미아는 신득렬 전 계명대 교수가 ‘위대한 저서읽기 프로그램’을 확산시키기 위해 1991년 대구에 설립한 비영리교육기관”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지난해 신 교수가 국립세종도서관에서 강의하는 것을 듣고 내친김에 대구에 가서 지도자과정을 마쳤다. 그러면서 청주지부를 설립하게 된 것. 그는 “한국에서도 시카고대가 만든 프로그램을 그대로 한다. 서양고전을 집중적으로 읽고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1년차부터 12년까지 있다”고 소개했다. 모임은 주1회 하며 성인반·학생반·직장인반이 있다. 그는 이 과정이 성인들에게는 지친 삶에 활력을 주고, 청소년들에게는 올바른 삶의 지향점을 찾도록 해줄 것이라고 장담했다. 책 제목만 보면 기겁을 하지만, 혼자는 못해도 함께 읽으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차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부터 시작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 소포클레스의 ‘비극전집’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1’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까지 읽는다. 그리고 5년차는 세익스피어의 4대비극,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2’ 그리고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로 막을 내린다. 6년차 이후 과정은 추후에 나온다. 회원제로 운영되며 월 회비는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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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소종민(사진 가운데) 씨와 소설가 윤이주 씨 부부가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체홉’. 깊이있는 책 읽기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사진/육성준 기자


소종민·윤이주 부부의 ‘북클럽 체홉’
 

또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에는 ‘북클럽 체홉’이 있다. 2000년 가을에 서울에서 청주로 내려온 평론가 소종민씨와 소설가 윤이주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부인 윤씨가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홉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한다. 이들은 여러 군데를 왔다갔다한 끝에 2013년 현재의 자리에 정착했다. 평균 10여명의 회원이 모인다. 토론회 참가비는 회당 5000원.

공간은 남주동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으나 이들이 읽는 책은 꽤 수준이 높다. 그동안 노벨위원회가 선정한 100권의 책, 세계명작, 들뢰즈의 책을 읽었고 현재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강독과 공동체관련 책모임, 이달의 책 토론모임을 하고 있다. 곧 홍명희의 ‘임꺽정’ 강독모임을 시작한다. 지난해 ‘이달의 책’ 토론회 때는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그림자 노동’ ‘동물들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시의 힘’ 등을 읽고 토론했다.

소종민 씨는 “어른들을 위한 독서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2001년 율량동에서 ‘책과 글’이라는 공부모임을 처음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이를 ‘살롱’이라고 부른다. 일종의 인문학 놀이터 같은 것이다. 그러나 백화점식 인문학강좌 프로그램은 지양한다. 회원들이 무슨 모임을 해보자고 건의하면 한다. 여기서는 회원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에 공부하고 각자 알아서 행동한다”고 말했다. 분위기는 퍽 자유로워 보였으나 실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왜 그렇게 생각할까 곰곰이 따져보는 게 철학의 시작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내 철학이 깊어진다. ‘노르웨이의 민주주의는 독서 동아리 힘에서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평상시 여럿이 함께 공부하는 게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는 회원들끼리 해외 문학기행도 간다. 2015년에 처음으로 일본 오키나와를 다녀왔고 지난해는 나라가 혼란스러워 건너 뛰었다. 올해는 며칠 전 일찌감치 대만여행을 하고 왔다. 그리고 4월 벚꽃 필 때에는 모충교에서 책을 가지고 나와 교환하거나 사고 팔 수 있는 북페어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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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NGO센터는 시민단체 활동가와 시민들을 위한 토론모임 ‘철학 공부하는 삶’과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강좌를 열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북NGO센터, 2014년부터 철학공부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충북NGO센터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철학공부를 해오고 있다. ‘철학 공부하는 삶’이라는 제목으로 매월 1회 강좌를 연다. 강사는 양세진 소셜이노베이션그룹 대표. 지난 2014년에는 철학 개론, 2015년에는 푸코, 2016년에는 들뢰즈의 ‘차이의 존재론’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했다. 올해는 시민혁명, 공적행복, 정의로운 국가를 다시 생각해본다. 15명이 신청했고 한나아렌트의 ‘혁명론’과 푸코의 ‘안전영토인구’, 플라톤의 ‘국가’에 대해 공부한다는 안내장이 나갔다.

류지봉 팀장은 “‘철학 공부하는 삶’은 충북지역 시민사회 활동가와 시민들이 공부하는 모임이다. 그동안 공부는 점수, 승진, 자격증을 얻기 위한 도구였으나 철학 공부는 진리를 향한 영혼의 기도이며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것이다. 지난해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차이의 존재론’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공부한 뒤 가정에서 가족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고백한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철학은 삶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올해는 대한민국이 흔들릴 정도의 큰 사건을 겪고 난 뒤라 혁명과 국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비는 회당 1만원. 지난 23일 첫 강의가 있었고 회원들은 진지하게 수업에 임했다.

또 이 곳에서는 ‘문학을 통한 치유와 소통’ 강좌도 한다. 지난 2014년에 2회, 2015년 1회, 2016년에 2회를 진행했다. 마음이 아프거나 삶이 지루해 희망을 잃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강사는 권희돈 청주대 명예교수. 문학테라피스트를 자원한 권 교수는 문학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가슴뛰는 삶을 찾도록 해주고 있다.

그동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다시 시작해요. 우리들의 이야기’ ‘너와 나의 행복만들기’ 등을 주제로 말하기·듣기·분노·배려·용서·자존감 등에 대해 얘기했다. 권 교수는 정년퇴직 뒤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강의를 하는데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청주시립정보도서관 근처 ‘지혜의 등대’ 작은도서관에서도 삶을 고민하는 강좌가 열리고 있다. 길벗교회 목사이며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홍승표 씨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부인 김명진 씨와 함께 인문학 모임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12년 교회 겸 작은도서관을 개관하고 2013년부터 많은 강사들을 불러 대화를 나눴다. 시민 15~20명이 모인다.

독일 철학상담 전문가인 노성숙 한국상담대학원 교수, 김유철 시인, 노종면 YTN 해직기자, 백승종 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 박찬운 한양대 로스쿨 교수, EBS에서 ‘지식채널e’를 연출했던 김진혁 전 PD 등이 다녀갔고 최근에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이라는 책을 펴낸 작가 김태훈 씨가 와서 성심당 얘기를 하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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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등대’ 작은도서관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골목에 있다. 홍승표 관장(사진)은 넓은 인맥을 활용해 좋은 강사들을 모셔 얘기를 듣는다. 사진/육성준 기자


좋은 강사 모시는 홍승표 관장
 

겉으로는 동네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인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강사로 오는 것이 신기했다. 이에 대해 홍 관장은 “분위기가 편하고 인간적인 정을 이어오다 보니 한 번 왔던 강사가 여러 번 온다. 강사비도 없을 때는 10만원, 지원을 좀 받을 때는 30만원 정도 줄 뿐이다. 돈을 보고 오는 사람들은 아니니까”라며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교통비 정도만 줄테니 와달라고 한다. 강사는 주로 아내가 섭외한다”고 덧붙였다.

큰 도서관은 일부러 가야 하지만 동네 작은도서관은 슬리퍼 신고 와서 책보고 강의듣는 곳이라는 그는 “여건과 상황에 따라 인문학강좌를 하는 것이지만 앞으로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독서모임 ‘오래된 미래’가 중심이 돼서 강좌를 이끌어 가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부 분위기가 편했다.

홍 관장은 “모두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지만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인문학이다. 강사들의 말을 듣고 책을 읽으면서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경제관련 강좌를 열어보려고 한다. 여럿이 모여 공부하고 대화하는 게 참 좋다. 그러다보면 어떤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여행, 협동조합, 모임 등 무엇이든 가능하다”며 독서모임 예찬론을 폈다.

한편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에 있는 ‘꿈꾸는책방’에서는 2015~2016년 이윤호 성공회대 객원교수의 인문고전강좌와 저자초청강연회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강헌·김중미·안정희·채인선 씨 등의 작가가 독자들을 만나러 왔다. 아동문학가가 올 때는 인근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70~80명 다녀가기도 했다. 올해는 이윤호 교수의 개인사정 때문에 인문고전강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저자초청강연회는 2월부터 시작된다.

뉴욕타임스가 4년 내내 인문학 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게 전부인 미국 세인트존스칼리지를 ‘미국 최고의 학사과정 대학’으로 선정했다고 한 언론매체가 보도했다. 스스로 읽고 해답을 찾으라는 것이라고 한다. 진짜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홍강희 기자  tankhong@c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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